통증을 비교할 공통 자가 있을까요?
통증은 혈압처럼 기계가 한 번에 읽어 주는 값이 아니에요. 질문을 어떻게 쓰는지, 지난주를 묻는지 지난달을 묻는지, 몸의 어느 부위를 따로 세는지에 따라 보고되는 비율이 달라질 수 있어요. 병원에서 진단된 질환만 모으면 의료 접근성이 낮아 진료 기록에 남지 않은 통증도 빠질 수 있고요.
10월 5일 Nature Medicine에 실린 연구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만능 척도 대신, 여러 집단의 자료를 같은 자 위에서 비교할 기준선을 만들었어요. 연구진은 1990~2025년에 수집된 118개 국가·지역의 인구기반 조사 902건에서 6,125,459명의 자기보고 자료를 모아, 머리·등·무릎 등 11개 부위의 연령별 참조 곡선을 추정했습니다. 조사마다 다른 부위 이름과 신체 그림을 표준 범주에 맞추고, 회상 기간과 통증 정의의 차이도 분석에 반영했어요.
평균 곡선은 개인의 운명이 아니에요
곡선은 모든 통증이 나이가 들수록 한 방향으로 늘어난다는 단순한 그림과 달랐어요. 일곱 부위에서는 인구 수준의 통증 비율이 중년 이후 정점을 지나 낮아지는 형태가 관찰됐고, 허리·엉덩이·무릎 통증은 나이가 들며 계속 높아지는 양상을 보였어요. 또 80세 이상에서는 낮은 인간개발지수(HDI) 국가의 ‘어떤 신체 통증이든 보고한 비율’이 높은 HDI 국가보다 30.6%포인트 높게 추정됐습니다. 이 차이는 집단 수준의 비교이지, HDI가 통증을 일으킨다는 인과 증명은 아니에요.
연구가 만든 공개 도구의 용도는 다른 조사 집단이나 임상 집단의 결과를 이 참조 곡선과 나란히 놓아 보는 거예요. 그러니 이 곡선을 개인에게 적용해 통증이 ‘정상’인지 판정하거나 진단하는 선으로 읽으면 안 됩니다. 논문 자체도 통증이 자기보고에 의존하고 객관적 생체표지가 없다는 점을 출발점으로 삼아요.
세계 기준선에도 빈 곳이 남아요
‘118개국’이라는 범위가 자료의 균등한 분포를 뜻하지는 않아요. 연구에서 국가별 자료원 밀도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국가당 평균 2.1개, 서유럽에서는 19.4개로 달랐어요. 번역, 질문 방식, 회상 기간이 완전히 같아질 수 없고, 연구진도 잔여 차이가 절대 유병률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적었습니다.
더 중요한 한계도 있어요. 참여 연구의 대부분은 횡단면 조사였어요. 그러므로 30대와 70대의 곡선 차이는 같은 사람을 수십 년 따라가며 관찰한 변화가 아니라, 서로 다른 나이 집단을 비교한 결과예요. 1990년부터 2025년까지의 자료를 합쳤다는 사실 역시 통증이 시간에 따라 증가하거나 줄었다는 추세를 증명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연구의 가장 유용한 결과는 ‘통증의 정상값’을 정했다는 데 있지 않아요. 서로 다른 집단을 비교할 때 어떤 질문과 표본이 기준선을 만들었는지 드러내고, 어디에 관측 공백이 큰지 확인할 출발점을 제공한다는 데 있어요. 공통 자는 차이를 재는 데 도움을 주지만, 자 자체가 진단이나 설명이 되지는 않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