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초 다음에 오는 질문
‘윤초가 없어질 수 있다’는 소식은 시간을 자연에서 떼어 내는 선언처럼 들립니다. 실제 질문은 조금 다릅니다. 원자시의 연속성과 지구 자전의 변동을, 컴퓨터 시스템이 감당할 수 있는 방식으로 어떻게 함께 유지할 것인가?
이번 기록은 이미 결정된 표준을 설명하는 글이 아닙니다. 2026년 10월 국제도량형총회(CGPM)의 투표를 앞두고 공개된 초안, 지구 자전을 관측하는 기관의 현재 공지, 그리고 독립적인 해설을 나눠 읽은 편집 기록입니다.
먼저, 지금의 UTC는 무엇을 맞추고 있나
국제도량형국(BIPM)의 설명에 따르면 협정세계시(UTC)는 국제 원자시(TAI)와 같은 속도로 흐르되, 정수 초만큼 차이가 나도록 만들어진 국제 기준 시간입니다. 지구의 회전으로부터 계산되는 UT1과 UTC의 차이가 너무 커지지 않도록 국제지구자전·기준계서비스(IERS)의 조언에 따라 윤초가 삽입돼 왔습니다.
이 구조는 두 요구를 동시에 만족시키려 했습니다. 원자시계가 제공하는 균일한 초를 쓰면서도, 시민이 쓰는 시간이 태양의 위치와 완전히 멀어지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1972년 이후 윤초는 27번 삽입됐고 마지막 삽입은 2016년이었습니다. 다만 IERS의 2026년 8월 27일 Bulletin A는 2026년 12월 말 UTC에 윤초를 넣지 않는다고 별도로 공지합니다. ‘폐지안이 투표를 통과했다’는 뜻이 아니라, 현재 일정에 예정된 조정이 없다는 운영 공지입니다.
바뀌는 것은 시간의 정확도가 아니라 조정의 경계다
BIPM이 2026년 7월 공개한 CGPM 초안 결의안 C는 UTC를 앞으로 연속적인 시간척도로 운용하자는 기술적 조치를 제안합니다. 초안의 문구대로라면 연속 UTC는 2027년 5월 20일부터 효력이 생기고, UTC와 UT1의 절댓값 차이인 |UT1-UTC|의 최대 허용치는 3,600초, 즉 1시간이 됩니다.
이것을 ‘1시간짜리 윤초가 정기적으로 생긴다’고 이해하면 안 됩니다. 초안은 매번 한 시간을 점프하자는 일정표가 아니라, 두 시간척도의 차이를 지금처럼 1초 안팎으로 계속 붙잡지 않고 1시간까지 허용하자는 상한을 제안합니다. Nature는 이 구상을 ‘leap hour’라는 표현으로 설명했지만, 실제 결의안의 핵심은 연속 UTC와 차이의 최대 허용값입니다.
왜 1분이나 무제한이 아니라 1시간일까요? BIPM 산하 시간·주파수 자문위원회(CCTF)의 보고서는 세 선택지—1분, 1시간, 고정 상한 없음—를 검토했다고 설명합니다. 1시간안은 UTC의 연속성을 수 세기 동안 유지하면서도, UT1과 UTC의 차이를 전달하는 시스템이 미리 정해진 범위의 값을 다룰 수 있게 합니다. 지구 자전의 현재 변동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 변동을 별도의 차이값으로 계속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왜 지금 이 설계가 등장했나
윤초는 짧지만 컴퓨터에게는 특이한 사건입니다. 어떤 시스템은 61초가 들어간 분을 직접 처리하고, 어떤 시스템은 추가된 시간을 하루에 걸쳐 조금씩 분산시키는 ‘스미어’를 사용합니다. Nature가 정리한 것처럼 금융거래소·전력망·통신·인터넷처럼 시간 동기화에 의존하는 시스템이 서로 다른 보정 방식을 쓰면, 모두가 UTC를 사용한다고 해도 같은 순간을 다르게 처리할 위험이 생깁니다.
더 까다로운 경우가 음의 윤초입니다. 지구 자전이 원자시의 하루보다 빨라지는 기간이 이어지면, 지금까지 한 번도 필요하지 않았던 ‘1초를 빼는’ 조정이 이론상 필요해질 수 있습니다. CCTF 보고서는 지구 자전 전문가들의 모델을 바탕으로 향후 10년 안에 음의 윤초가 필요할 확률을 약 30%로 제시합니다. 이 숫자는 예언이나 확정 일정이 아니라, 불규칙한 지구 자전을 확률 과정으로 모델링한 위험 추정치입니다.
그래서 초안은 정밀도를 포기하는 대신 불일치를 숨기지 않습니다. UT1-UTC 차이는 GNSS 항법 메시지, IERS 인터넷 서비스, 국가 측정기관 등의 경로로 계속 제공될 수 있습니다. 시민 생활의 기준인 UTC는 끊기지 않게 하고, 지구 회전 연구·항법처럼 UT1이 필요한 사용자는 두 척도의 차이를 읽는 구조입니다.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
여기서 가장 중요한 단어는 ‘초안’입니다. BIPM의 CGPM 2026 페이지는 회의가 2026년 10월 13일부터 15일까지 열릴 예정이라고 안내하고, 예비 의제는 10월 15일 투표 세션을 배정합니다. 따라서 2027년 5월 20일은 현재 초안이 제안하는 시행일이지, 이 글을 쓰는 시점에 이미 확정된 시행일이 아닙니다.
또 하나의 경계도 있습니다. 1시간의 상한은 시간척도 사이의 허용 차이를 말합니다. 일상 시계가 어느 날 갑자기 한 시간 바뀐다는 뜻이 아니며, 지구의 태양시와 시민 시간이 앞으로 영원히 똑같다는 뜻도 아닙니다. 어떤 방송·항법·소프트웨어가 차이값을 어떻게 전달할지, 기존 장비가 어떤 전환을 거칠지는 각 관련 표준과 운영기관의 후속 작업으로 남습니다.
이 변화가 보여 주는 것
UTC 논쟁은 정확한 시계와 부정확한 시계 중 하나를 고르는 문제가 아닙니다. 어느 불일치를 사용자에게 직접 노출할 것인지 고르는 문제에 가깝습니다. 지금까지는 원자시의 흐름에 작은 불연속을 넣어 지구 회전과 가까이 붙였습니다. 제안된 방식은 원자시의 연속성을 우선하고, 지구 회전과의 차이를 측정값으로 계속 공개합니다.
이 선택이 더 좋은지는 사용자의 목적에 따라 달라집니다. 금융·통신·전력·분산 시스템에는 예측 가능한 연속성이 중요하고, 천문·항법·지구물리 관측에는 UT1과 UTC의 차이가 중요합니다. 그래서 이번 초안의 실질적인 약속은 ‘지구를 무시하겠다’가 아니라, 시간의 기준과 기준 사이의 오차를 서로 다른 데이터로 분리해 운영하겠다는 데 있습니다.
10월 CGPM의 결정이 나기 전까지 확정된 사실은 세 층으로 나눠 읽는 편이 안전합니다. IERS가 공지한 2026년 12월 윤초 없음은 현재 운영 일정, BIPM의 2027년 연속 UTC와 1시간 상한은 투표 전 제안, 실제 채택과 후속 구현은 앞으로 확인할 일입니다. 시간 표준의 변화에서 가장 먼저 바뀌어야 하는 것은 시계의 숫자가 아니라, 이 세 문장을 섞지 않는 읽기 방식일지도 모릅니다.